[앵커멘트]
화가를 꿈꾸던 푸른 눈의 청년은
1951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그는 붓 대신 소총을 들고
대한민국을 지켜냈는데요.
6·25전쟁 미군 참전용사,
로저 스트링햄의
전황을 담은 그림들이
칠곡군에 내걸렸습니다.
전보근 기자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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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것에 실려 가는 중대장과
추락한 전투기를 지키는 이들.
퀭한 얼굴로 기관총을 잡고
공중을 감시하는 병사.
6·25전쟁 당시 미군 이등병으로 참전한
로저 스트링햄이 그린 그림들입니다.
1951년 예술학교에 다니던 그는
갑작스럽게 징병 돼 군사훈련을 받았고
6개월 만에 낯선 땅 한국에 떨어졌습니다.
[ 로저 스트링햄 / 6·25전쟁 미군 참전용사 (지난 2023년) : 그들은 소집됐고 짐 정리할 시간으로 3일을 받은 뒤 작별 인사를 했죠. 그리고 3일 뒤에 우린 그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들은 죽었어요. 얼어 죽었죠. 모두 여름옷 차림이었거든요. ]
스트링햄은 그동안 겪은
전쟁의 참상을 하나하나 그린 뒤
가족에게 보낼 편지에 함께 부쳤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두려운 하루를
연필을 잡을 수 있던
찰나의 시간으로 버텨낸 겁니다.
[ 공상현 / 칠곡호국평화기념관 학예사 : 그동안 우리는 주로 종군기자가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6·25전쟁의 모습을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긴박했던 전쟁의 상황을 미술 작품으로 그려냈다는 것에 큰 특징이 있을 것입니다. ]
전쟁을 그린 화가,
'로저 스트링햄 작품전'은
오는 7월 27일까지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로저 스트링햄 / 6·25전쟁 미군 참전용사 (지난 2023년) : 저는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살아남았으니까요. 저는 더 바랄 게 없어요.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희망은 어딘가에 있더군요. ]
HCN NEWS 전보근입니다.(영상취재 : 전보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