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는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에 직접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응급실 살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위기에 내몰린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전보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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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성주군에서 응급 의료를 책임져 온 하나뿐인 병원입니다.
인구 감소로 응급실을 운영할수록 병원 사정은 나빠졌고, 결국 지난 12년을 버텨오다 올해 1월 응급실 문을 닫았습니다.
[ 박성률 / 무강병원 이사장 : 저희들 자체적으로 응급실을 운영할 때는 정말 힘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여태껏 지역 주민에 대한 건강증진 이런 책임감 때문에 해왔었는데…. ]
지역에 응급실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의 일상도 바뀌었습니다.
[ 김종모 / 성주군민 : 항상 불안하고 그렇죠. 대구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또 그렇게 큰 병 아니면 가까운 데 가서 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요. ]
[ 송정돌 / 성주군민 : 물론 지역에 병원 운영이 잘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불편하잖아요, 많이. ]
[ 김태숙 / 성주군민 : 밤에 가려고 하면 불편한 점도 많죠. 애로사항이 있죠. 성주에서 성주로 가면 되는데 성주에 응급실이 없으니까…. ]
대안을 고심하던 성주군은 병원을 직접 도와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관련 조례를 만들어 응급실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경비를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 안창수 / 성주군보건소장 : 지원 금액은 2024년도에는 2억41만7천 원이며, 2025년부터는 매년 인건비 및 정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되 상호 협의해 책정하기로 했습니다. ]
[ 도희재 / 성주군의회 의장 : 야간이나 주말에 평균 3.5명에서 4명 정도밖에 이용하시는 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분들 중의 한 명이라도 만약에 크게 다치시거나 생명이 오갈 때에는 한 사람의 목숨을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용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성주군의 설득에 병원 측도 8개월 만에 다시 응급실 문을 열기로 했습니다.
[ 박성률 / 성주무강병원 이사장 : 응급 의료를 책임지고 또 우리 지역 주민의 건강 유지를 위한 부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말 성실하게 당직의료기관 응급실을 24시간 365일 철저히 운영을 잘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
응급실 살리기에 나선 지자체는 성주군만이 아닙니다.
경북 22개 시군 가운데 응급실 전담 인력을 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없는 곳은 모두 5곳.
칠곡군은 해마다 1억9천만 원, 영양군은 2억6천만 원, 봉화군은 3억6천만 원의 군비로 응급실 운영비를 보전합니다.
영덕군은 군비 등 총 10억8천만 원을 지원해 응급실 병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 영덕군 관계자(음성변조) : 영덕에 응급실이 없어서 다시 이제 우여곡절 끝에 (요양병원을) 일반병원으로 바꿔서 저희가 지원을 하게 됐는데 하여튼 지금 응급실을 유지하는 그걸로도 적자가 나도 지금 운영을 일단 하고 있습니다. ]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는 경북의 상황은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지난해 경북의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중증응급환자의 사망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포항과 구미, 안동 3곳뿐인 데다 지역 간 거리도 멀어 응급환자 이송 부담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 불균형 문제가 심화하면서 사는 곳에 따라 응급실도 제때 갈 수 없는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선 지자체가 예산을 쏟아부어 응급실 불을 밝히는 가운데 24시간 긴급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응급의료체계를 제대로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